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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0:15


1. 오페라단 전속 합창단이 필요한 이유

오페라는 말하자면 클래식 음악으로 이루어지는 '악극'이다. 대중음악을 하는 가수와 뮤지컬 가수를 구분할 필요가 있고, 모든 가수가 뮤지컬 배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오페라 합창단 역시 '클래식 음악' 중 '노래'를 매개로 '연기'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노래뿐 아니라 '연기'와 '공연'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페라합창단은 평소에 연습을 하다가 일단 공연이 잡히면 한 달은 노래에만, 한 달은 액팅에만 리허설 기간을 들여 연습하곤 했다. 이렇게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전국 대학의 성악과에서 이를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니다. <오페라 워크숍>이라는 수업이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고 있는 곳도 고작 두 학기 가량의 '선택' 과목이다. 즉, 오페라 합창단원은 실제 필드에 나와 리허설과 실전공연으로 그 노하우를 쌓을 수밖에 없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7년간 다져진 실력으로 정명훈은 물론 세계 각국 지휘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합창대회에서 수상경력도 있는 양질의 합창단이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합창단을 해체한 뒤 그때그때 공연마다 학생합창단을 1회 고용하거나 하는 형태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당연히 공연의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공연의 횟수도 줄었다. 오페라합창단이 창단된 2002년을 기준으로, 2001년 20여 회에 불과했던 공연이 2008년 현재 54회로 늘어날 수 있었던 바탕엔 오페라단 전속 합창단의 존재가 있었다. 3월에서 5월 사이는 오페라단이 각종 공연으로 가장 바쁘고 정신없을 시기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오페라단은 과연 공연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2. 우리가 '국립'오페라합창단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

그깟 오페라, 어차피 잘먹고 잘 살고 문화예술 교양 높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확실히, 오페라 공연은 일반 다른 문화예술에 비해 비싸다. 오페라가 한번 무대에 올려지려면 몇 억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반면 저변은 그리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이 아닌 '국립' 오페라라고 한다면, 이러한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평소 비싼 티켓값이 엄두가 안 나 장르 자체에 접근을 못하던 사람들에게도 이런 장르를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공공성' 부문에 주목해야 한다. 오페라합창단 노조가 민주노총의 '공공부문 노조'에 속해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즉, 우리는 "우리에겐 멀기만 한 오페라"라고 한탄하기보다, "그 오페라 나도 좀 보자"고 국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라고 '국립' 단체를 만들어 운영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오페라단은 '찾아가는 오페라'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소외 지역에 오레라 레퍼토리로 구성된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런 식의 '찾아가는 오페라' 프로그램은 해당 지역 거주자 시민들에게는 무료로 지원되고, 대신 그 지역 지자체가 비용을 일부 감당하는 방식으로 지속돼 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립'오페라단이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경우만 해도, 발레의 저변을 확산하기 위해 '해설이 있는 발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 4월의 프로그램은 티켓가격이 5천원에서 만5천원이다. (여기 기사 참조.) 즉, 이것은 '공공서비스'의 일환이며, 이런 공공서비스는 비싼 티켓값을 감당할 수 있는 저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을 위해서 국가가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더 확대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찾아가는 오페라' 프로그램이 지금은 엉망이 된 상태다. 가장 최근 열린 찾아가는 오페라 프로그램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지난 12월에 올렸는데, 티켓가격이 무려 10만원에 달했고, 한예종 학생에 한해서만 50% 디씨를 해줬다고 한다. 오페라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라곤 볼 수가 없는 처사다.

'국립'예술단체들은, 우리같은 사람들의 문화적, 예술적 삶의 질의 고양을 위해 존재한다. 그걸 이 정부가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비정규직 확대를 하면서 예술노동자들의 목을 치고 있고, 그 결과 일반 대중의 '문화를 누릴 권리'가 훼손당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은 오페라에 별 관심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 관심이 없을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나만 해도 내가 다시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되리라곤 생각 못 했고, 비싼 표값 줘가면서 콘서트를 (가끔씩이나마) 가게 될 거라곤 10년 전엔 생각 못 했다. 오페라 역시 마찬가지다. 마침 이번에 오페라합창단이 투쟁 현장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불러줘서 말인데, 이 곡은 어릴 적 성가대에서 나도 불렀던 곡이고 내 동생이 고딩 시절 반별 합창대회의 지휘자로 뽑혔을 때 내가 추천해줬던 곡이기도 하다. (반 아이들 모두가 이 곡을 스스로 부르면서도 너무 좋아했다고, 곡이 너무 좋다고 했다고 한다.) 이 곡이 들어있는 오페라 <나부코>를 무대에 올린다고 한다면, 만원짜리 가장 싼 좌석이나마 찾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합창단을 이 따위로 해체해 버리는 건, 크게 봐서 결국 내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가의 침해다.

 

 

- 오늘 집회에서 합창단 노조 한 분이 해주신 얘기 중 일부를 토대로 한 브레인스토밍 단계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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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가 | 2009/04/08 23:19 | PERMALINK | EDIT/DEL | REPLY
뭔가, 훌륭한 글이 곧 나올 것 같은 간지.
rearview | 2009/04/09 01:55 | PERMALINK | EDIT/DEL
흐흐 분위기만... 아직 브레인스토밍 수준인데, 이게 제대로 된 글로 나올지 아닐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내일 기사는 아주 '평범한' 수준으로 나갈 겁니다. 논리 다듬는 데에 시간이 걸릴 듯해요. 특히 '공공성' 부분은. 예술의 공공성 부분은 의외로 논쟁지점이 복잡한 주제이기도 하고요.
얼룩말 | 2009/04/10 08:4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일단 제가 원하는 대답이 있어... 주소 복사해 갑니다.
합창단이 대외적인 태도에 조금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rearview | 2009/04/10 13:58 | PERMALINK | EDIT/DEL
합창단 분들 만나보니,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계시더군요. 연대하시는 분들과 잠시 오해와 소통의 교통사고가 있었지만 잘 해결된 것 같아요.

얼룩말님의 블로그에 혹시 도움되실까 싶어 최근 나온 기사 링크 하나를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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